전기차를 고를 때 대부분 차값과 주행거리부터 본다. 그런데 사고가 난 뒤에야 체감하는 비용이 있다. 바로 수리비다. 10월 15일 처음 공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료가 10월 25일 다시 보도되면서, 테슬라 전기차의 수리비가 국산 전기차의 두 배 수준이라는 숫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모델Y를 타거나 구매를 고민 중이라면,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이 숫자부터 보고 가는 편이 좋다.
건당 301만 원, 국산차의 두 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일영 의원실이 보험개발원에서 받은 ‘주요 전기차 제작사별 수리 현황’에 따르면, 2026년 1~8월 자동차보험 대물배상으로 수리가 종결된 전기차의 건당 평균 수리비는 테슬라가 301만 원이었다. 현대차는 151만 원, 기아는 144만 원이다. 테슬라가 현대차의 2배, 기아의 약 2.1배에 달하는 수치다.
| 제작사 | 건당 평균 수리비 | 500만 원 이상 비중 | 1,000만 원 이상 비중 |
|---|---|---|---|
| 테슬라 | 301만 원 | 16.1% | 3.5% |
| 현대차 | 151만 원 | 3.9% | 0.9% |
| 기아 | 144만 원 | 3.4% | 0.6% |
평균만 두 배가 아니다. 수리비가 500만 원을 넘긴 고액 수리 비중에서 격차는 더 벌어진다. 테슬라는 전체 수리 1만 8,399건 중 2,963건이 500만 원 이상으로, 6건 중 1건꼴이다. 현대차(3.9%)의 약 4.1배, 기아(3.4%)의 약 4.8배다. 1,000만 원 이상 수리도 테슬라가 650건으로 3.5%를 차지했고,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0.9%, 0.6%에 그쳤다.
고액 수리는 해마다 늘고 있다
일회성 스파이크가 아니라는 점도 눈에 띈다. 테슬라의 500만 원 이상 수리 비중은 2024년 13.0%에서 2025년 14.4%, 2026년 8월 기준 16.1%로 매년 높아졌다. 건수로는 2024년 1,701건에서 2025년 2,823건으로 늘었고, 2026년에는 8개월 만에 2,963건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연간 건수를 넘어섰다.
등록 대수가 늘면 사고 건수 자체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비중까지 함께 오르고 있다는 건, 단순히 차가 많아져서 생긴 현상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고액 수리 비중이 3년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차주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범퍼 하나에 110만 원, 헤드라이트는 220만 원
격차의 단서는 부품값에서 찾을 수 있다. 각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부품 가격을 비교한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Y의 앞범퍼 부품값은 110만 원대다. 기아 EV6는 40만 원대, 현대차 아이오닉5는 20만 원대, BYD 씨라이언7은 30만 원대다. 같은 ‘앞범퍼’라는 이름인데도 3~5배 차이가 난다.
| 차종 | 앞범퍼 부품값 | 비고 |
|---|---|---|
| 테슬라 모델Y | 110만 원대 | 도장·공임·센서 보정 제외 |
| 기아 EV6 | 40만 원대 | 부품값 기준 |
| 현대차 아이오닉5 | 20만 원대 | 부품값 기준 |
| BYD 씨라이언7 | 30만 원대 | 부품값 기준 |
헤드라이트 격차는 더 크다. 한 매체의 부품 가격 비교에 따르면 모델Y의 헤드라이트는 220만 원을 훌쩍 넘긴 반면, 현대차 싼타페와 BYD 씨라이언7은 각각 70만 원대 전후였다. 로어암 같은 하체 부품도 모델Y는 양쪽 교체 시 50만 원을 넘긴다. 단, 이 비교들은 공임을 제외한 순수 부품값 기준이며, 매체마다 비교 차종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비싼 이유, 단정하기 전에 따져볼 것
부품값이 비싸다고 해서 곧바로 ‘테슬라가 폭리를 취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보도에서도 지적하듯, 부품값 차이는 업체별 가격 책정과 조달·유통 구조, 판매하는 부품의 구성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범퍼 커버만 따로 파는지, 그릴·가니시·브래킷 등 주변 부품을 묶어 파는지에 따라 가격 비교 결과가 달라진다. 범퍼에 센서가 달린 차종은 수리 때 보정 비용이 따로 붙기도 한다.
더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이번 자료는 제조사별 평균값이라 차종 구성, 연식, 사고 유형이 섞여 있다. 격차가 부품 가격에서 비롯된 것인지, 공임이나 수리 방식에서 비롯된 것인지 가리려면 차종별 동일 손상 기준의 견적 비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숫자는 분명하지만, 원인에 대한 해석은 아직 열려 있다.
테슬라 구매 전, 수리비 체크리스트
수리비가 비싸다는 사실 자체보다 중요한 건, 그 부담이 내 지갑으로 어떻게 전가되는지다. 계약 전에 아래 다섯 가지는 확인하고 넘어가자.
- 대물배상 한도와 자기부담금: 상대 차를 물어주는 대물배상과 내 차를 고치는 자기차량손해(자차) 조건을 따로 확인한다. 고액 수리 비중이 높다는 건 자차 처리 시 자기부담금과 보험료 할증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 수리 네트워크와 소요 기간: 테슬라는 직영·인증 수리 거점 중심으로 운영된다. 거주지 근처 거점 위치와 부품 수급에 따른 수리 대기 기간을 미리 파악한다.
- 범퍼·헤드라이트 같은 고가 부품 위치: 주차 중 접촉 사고가 가장 잦은 부위가 범퍼다. 모델Y 범퍼와 헤드라이트의 부품값 수준을 알고 있으면, 경미한 접촉 사고에도 견적서를 보고 당황하지 않는다.
- 중고차 구매 시 수리 이력: 중고 테슬라를 살 때는 사고·수리 이력과 보험 처리 내역을 확인한다. 고액 수리 이력이 있는 차는 이후 잔고장이나 보험 가입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보험 갱신 시 조건 비교: 갱신 때마다 보장 범위와 자기부담금을 다시 견적받는다. 수리비 통계가 보험료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보험사·상품마다 다르다.
마무리: 차값만큼 수리비도 비교 대상이다
테슬라의 강점은 충전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주행 성능이다. 하지만 유지비의 한 축인 수리비에서는 국산 전기차보다 부담이 크다는 게 이번 자료가 보여주는 사실이다. 수리비가 높다고 보험료가 자동으로 오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험료는 사고 빈도와 건당 금액, 차종별 손해율 등 여러 요인이 함께 결정한다. 다만 6건 중 1건이 500만 원을 넘는다는 통계는, 테슬라를 고를 때 차값과 주행거리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다.
전기차 100만 대 시대에 구매 판단의 기준은 넓어지고 있다. 차값, 보조금, 충전 요금에 더해 수리비까지. 견적서 한 장이 계약서보다 먼저 와닿는 순간이 오기 전에, 숫자를 먼저 확인해 두자.
출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일영 의원실·보험개발원 ‘주요 전기차 제작사별 수리 현황'(2026년 1~8월 대물배상 종결 기준), 한국경제 2026-10-17·2026-10-25 보도, 뉴스토마토 2026-10-15 보도, 재경일보 2026-10-17 보도. 부품값은 각사 홈페이지 공개 가격 기준이며 도장·공임·센서 보정 비용은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