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뒤 선고 — 테슬라 FSD 900만원 소송, 목요일에 나뉘는 세 가지


10월 29일 목요일, 서울중앙지법이 테슬라 FSD 구매대금 반환 소송의 첫 판결을 선고한다. 2024년 12월 소송이 제기된 지 1년 10개월 만이다. 소송의 배경과 쟁점 다툼은 지난 글에서 정리했으니, 여기서는 선고 당일 무엇이 나뉘는지만 짚는다. 원고는 FSD를 사놓고 정식 기능을 받지 못한 차주 100여 명, 청구는 1인당 900만원 반환이다. 한국에는 증권 분야를 빼면 소비자 집단소송 제도가 없어, 100여 명이 각자 900만원을 청구하는 공동소송 형태로 진행돼 왔다. 전원이 이기면 합계 약 9억원 규모다.

1. 첫 번째 갈림길 — ‘라이트 배포 = 약속 이행’인가

판결의 중심은 테슬라의 항변을 법원이 받아들이느냐다. 원고 측 주장은 단순하다. 2019년 구매 당시 테슬라가 ‘올해 안에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한다’고 안내했고, 7년이 지나도록 그 기능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서로 남은 약속이 원고 측의 가장 강한 카드다.

테슬라는 올해 FSD 라이트(v14 Lite)를 배포한 것을 이행으로 내세운다. 원고 측은 라이트가 기존 EAP(향상된 오토파일럿)와 기능 차이가 없는 ‘소송 방어용’ 배포라고 맞선다. 법원이 라이트 배포를 약속 이행으로 인정하면 청구는 무너지고, ‘약속한 기능이 아니다’라고 보면 반환 쪽으로 기운다.

참고할 선례가 하나 있다. 두 달 전인 8월, 같은 서울중앙지법은 BMW 화재 손해배상 소송에서 차주 63명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리콜로 결함이 해소됐다는 논리였다. 구조만 놓고 보면 ‘문제 제기 → 업체의 사후 조치 → 법원이 조치로 해결됐다고 판단’이라는 BMW의 그림과, 테슬라가 그리는 ‘라이트 배포 = 이행’ 그림이 닮아 있다. 다만 BMW 건은 화재 손해배상이고 이 건은 계약 대금 반환이라 법적 쟁점이 다르다. 선례가 방향을 가늠하게 해줄 뿐, 이 판결 하나로 FSD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2. 두 번째 갈림길 — 돌려받는 금액의 범위

원고가 이겨도 금액은 세 갈래로 나뉜다.

선고 결과 원고 1인당 의미
전부 승소 900만원 전액 반환 ‘약속 불이행’ 전면 인정.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FSD 구매자들의 추가 소송을 부르는 신호탄
일부 인용 900만원 중 일부 반환 라이트 배포 등 부분 이행을 인정해 감액. 금액 산정 기준이 후속 사건의 잣대가 된다
기각 0원 ‘배포 = 이행’ 인정. 원고 측 항소 수순

해외에서는 비슷한 다툼의 끝이 갈린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는 FSD 집단소송이 지난 10월 16일 집단 인증이 취소되며 테슬라 쪽으로 기울었다. 반면 개별 중재에서는 2025년 7월, 한 차주가 FSD 대금 1만 달러와 세금을 합친 10,600달러 전액에 중재 비용 7,975달러까지 돌려받았다. 중재인이 ‘기능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단 중재 판정은 법원 판례가 아니고 구속력도 없다. ‘개인의 다툼에서는 차주가 이긴 적이 있다’는 맥락으로만 읽어야 한다.

3. 세 번째 갈림길 — 선고 다음 날부터 벌어지는 일

목요일 선고는 1심이다. 어느 쪽이 져도 선고일로부터 2주 안에 항소할 수 있고, 최종 확정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선고의 실제 무게는 ‘확정’이 아니라 ‘방향’에 있다. 원고가 이기면 참여하지 않았던 구매자들의 2차 소송이 줄을 이을 수 있고, 테슬라가 이기면 비슷한 반환 요구 전체가 힘을 잃는다.

FSD 구매를 고민 중인 사람에게도 선고는 남의 일이 아니다. 다만 국내 도입 일정은 소송과 별개로 움직인다. 지금 국내에서 FSD를 쓸 수 있는 건 한미 FTA로 미국 기준이 인정되는 미국산 차량뿐이고, 국내 판매 테슬라의 79.3%(2026년 8월 집계)는 중국산이라 대상이 아니다. 10월 8일 국정감사에서 테슬라코리아 대표는 정부에 FSD 검증을 공식 요청한 적이 없다고 답했고, 국토부는 FSD가 현행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업계 관측으로는 국내 전면 승인 시점이 2028년 이후다. 소송에서 이겨도 FSD가 빨리 오는 건 아니고, 져도 도입 절차가 멈추는 건 아니다.

정리하면 목요일에 확인할 것은 하나다. 법원이 ‘라이트 배포’를 약속 이행으로 볼 것인가. 이 판단 하나가 900만원의 행방, 후속 소송의 줄, 그리고 한국에서 FSD 약속이 갖는 무게를 가른다. 결과는 선고 당일 정리해 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