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 옵션 구매대금 반환 소송의 1심 결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김석범 부장판사)는 29일 테슬라 차주 89명이 테슬라코리아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핵심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법원이 보기에 FSD 계약은 ‘완전자율주행을 언제까지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아니었다.
이 소송은 선고 당일 정리하겠다고 독자께 약속드렸던 그 사건이다. 프리뷰에서 짚었던 쟁점(라이트 배포가 이행으로 읽힐지)이 실제로 판결의 중심에 있었다.
1. 판결 요지 — 법원이 본 FSD 계약의 성격
재판부의 판단은 네 갈래다.
첫째, 계약의 성격이다. 재판부는 FSD 옵션 구매계약을 “규제 승인 및 기술 발전이 되는 경우 FSD 옵션을 제공하기로 한 불확정기한부 계약”으로 봤다. 제공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계약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운전자 없이 운전 가능한 레벨5 기능이 미제공됐다고 해서 이행불능은 아니다”라고 했다. FSD라는 이름이 레벨5 완전자율주행을 약속한 것으로는 읽지 않았다.
둘째, 이미 제공된 기능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AP(오토파일럿)와 EAP(향상된 오토파일럿)를 제공받았고, 신호등·표지판 인식 기능과 시내 자동 주행 기능이 추가 제공됐다는 점을 들었다. 계약상 FSD에는 신호등 인식·도심 자동조향 같은 부분 자동화 기능이 포함되며, 그 일부가 실제로 이행됐다는 판단이다. 최근 HW3 차량에 신호등·표지판 인식과 시내 자동주행이 추가 제공된 점도 판결에서 언급됐다. 쟁점이 됐던 ‘라이트 배포’는 결과적으로 이행 쪽으로 읽힌 셈이다.
셋째, 하드웨어 세대 차이도 이행불능 사유가 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구매한 FSD 옵션이 HW3.0에 적용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며, HW4.0에서 구현되는 FSD와 완전히 동일한 버전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이행불능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넷째, 책임 소재다. 재판부는 기술 발전의 한계와 국내외 규제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생긴 지연이라면 테슬라 측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원고들이 “언제 출시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도 FSD 옵션을 구매했다”는 점도 들었다. 하자담보책임 역시 원고들이 추가 기능을 이행받을 수 있는 지위를 취득했다는 이유로 부정됐다.
2. 소송의 경과 — 98명이 제기해 89명이 선고받았다
원고들은 2019~2022년 HW3.0 차량을 구매하면서 FSD 옵션을 선택한 차주들이다. 테슬라는 국내에서 2017년 3월부터 FSD 옵션을 600만~1000만원에 판매해 왔다. 원고들은 FSD 판매 후 수년이 지나도록 핵심 기능이 실현되지 않았다며 2024년 12월 계약 해제와 1인당 900만원 수준의 대금 반환을 청구했다.
최초 제기 인원은 98명이었고, 재판 과정에서 9명이 소를 취하해 선고 대상은 89명이 됐다. 소송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게 됐다. 제기부터 선고까지 1년 10개월이 걸렸다.
이 재판부는 지난 8월 BMW 화재 소송에서 차주 63명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 김석범 부장판사와 같다. 다만 BMW 건은 화재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이고 이번 건은 옵션 대금 반환 사건이라 쟁점이 다르다. 같은 결론이 나왔다는 사실과 그 이유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3. 남은 변수 — 항소, 그리고 별개로 도는 도입 심사
이번 판결은 1심이다. 원고 측은 판결문 송달 후 2주 안에 항소할 수 있고, 항소하면 결론은 다시 열리게 된다. 선고 직후 현재까지 차주 측의 항소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소송과 별개로, 국내 FSD 도입 심사도 따로 돌고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22일 국토교통부에 감독형 FSD 승인 신청을 제출했고,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신청은 자동차 안전기준 규칙 제114조의2에 따른 특례 신청으로, 중국산 테슬라에 FSD를 허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소송에서 졌다고 도입 심사가 멈추는 구조는 아니다. 오히려 법원이 ‘규제 승인이 전제인 계약’이라고 정리한 만큼, 그 규제 승인이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됐다.
미국의 참고 사례와도 결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차주 개인이 중재를 통해 FSD 대금 전액 환불을 받은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법원 판결이 아닌 중재 판정이다. 국내 첫 법원 판단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나왔다.
정리하면 이렇다. 1심에서 ‘FSD 대금 반환’이라는 길은 막혔다. 남은 길은 항소심의 판단과, 국토부 특례 심사의 결과다. 두 트랙 모두 결론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evdbs는 항소 여부와 심사 진행 상황이 확인되는 대로 후속으로 전하겠다.
판결 요지는 2026년 10월 29일 선고 직후 국내 언론 보도(매일경제·조선일보·서울경제·머니투데이 등 교차 확인)를 종합한 것으로, 판결문 전문이 공개되면 세부 표현이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