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월 31일) 아침 나온 숫자 하나가 한국 전기차 시장의 구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BYD의 올해 1~9월 국내 신규 등록이 2만137대를 기록해 수입차 브랜드 4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반대쪽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중국 합산 점유율이 0.6%까지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일본 브랜드를 제쳤고, 중국에서는 한국 브랜드가 월 판매 1만 대 선도 지키지 못했다. 안방이 양쪽에서 동시에 바뀐 셈이다.
아래 숫자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록 집계와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통계를 인용한 연합뉴스·EBN(10월 31일), 코리아헤럴드·조선비즈·한국일보(10월 20~25일) 보도를 교차 확인한 것이다. 누적과 단월, 브랜드 기준과 생산지 기준을 섞으면 숫자가 부풀려 보이니, 각 수치의 기준을 함께 적었다.
1. BYD, 9개월 만에 2만 대… 수입차 4위의 실체
| 항목 | 수치 | 기준·비고 |
|---|---|---|
| BYD 1~9월 국내 신규 등록 | 2만137대 | 전년 동기 2,967대 대비 578.7% 증가 |
| BYD 1~9월 누적 브랜드 순위 | 4위 | 테슬라 8만9,148대, BMW 5만7,929대, 벤츠 4만3,249대 다음, 5위 렉서스 1만1,197대 |
| BYD 9월 한 달 등록 | 2,614대 | 전년 동월 대비 156.3% 증가, 전월 대비 12.9% 감소 |
| BYD 누적 점유율 | 7.20% | 전년 동기 1.32%에서 5.88%포인트 상승, 수입 승용차 등록 기준 |
| 테슬라+BYD 합계 | 10만9,285대 | 1~9월 수입차의 약 39%, 10대 중 4대꼴 |
| BYD 2025년 연간 등록 | 6,107대 | 9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의 3.3배, 연초 목표 1만 대의 2배 |
판매를 이끈 건 두 모델이다. 돌핀이 1~9월 8,198대로 수입 모델 전체 5위, 씨라이언7이 7,109대로 6위에 올랐다. 두 모델 합계 1만5,307대는 BYD 전체 등록의 약 76%다. 9월 한 달로 보면 돌핀 1,221대(모델 4위), 씨라이언7 753대(7위)였다. 트림 기준으로는 돌핀 1,153대, 씨라이언7 745대로 집계됐다.
가격이 출발점이다. 돌핀은 2,450만 원부터, 씨라이언7은 4,490만~5,390만 원이다. 돌핀의 가격대는 국산 소형 전기차와 직접 겹치고 씨라이언7은 중형 전기 SUV 가격대 한복판에 들어간다.
2. 보조금이 끊겼는데 더 팔렸다… 자체 지원과 PHEV 투트랙
BYD의 1~9월 흐름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7월이다. BYD는 7월부터 국내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럼에도 판매는 꺾이지 않았다. 상반기 1만1,675대에 이어 3분기에만 8,462대를 기록했고, 3분기 순수전기차 월평균 판매량(2,531대)은 상반기 월평균보다 약 30% 늘었다.
비결은 두 가지다. 첫째, BYD코리아가 국비에 상응하는 금액을 자체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조금 공백을 메웠다. 보도에 따르면 최대 169만 원 수준의 자체 구매 지원이 제공됐다. 둘째,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투입했다. 씨라이언6 DM-i는 6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돼 8월부터 인도됐고, 8월 500대, 9월 311대로 두 달 연속 수입 PHEV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가격은 전륜구동 3,750만 원, 사륜구동 4,190만 원으로,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기본형(3,963만 원)보다 싼 수준이다. 복합 기준 EV 모드 주행거리는 70km, 복합연비는 15.2km/ℓ다. PHEV는 순수 전기차 보조금 대상이 아니므로, 가격 자체가 경쟁력인 시장이다.
단, 보조금 제외 상태는 지금도 유효하다. BYD를 산다고 국고 보조금을 받는 것이 아니며, 자체 지원의 금액과 조건은 모델·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계약 전에 견적서에서 자체 지원이 어떤 항목으로, 얼마가 반영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서 해당 모델의 보조금 대상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3. 누적 기록 뒤에 숨은 월간 둔화… 6월 정점이 아직도 높다
578.7%라는 숫자는 1~9월 누적 기준이다. 월별로 보면 그림이 다르다. BYD의 올해 월 최고 등록은 6월 4,652대였고, 9월 2,614대는 그 정점의 56%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도 12.9% 줄었다. 누적 기록과 월간 둔화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 분기 전망이다. 10월 등록은 11월 초 KAIDA 발표로 확인된다. 9월의 둔화가 일시적인 물량 조절인지, 보조금 제외 이후 자체 지원의 효과가 줄어드는 신호인지는 10월 숫자가 갈라준다. 누적 2만 대라는 기록만 보고 “계속 이 속도”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4. 반대쪽 시장… 현대·기아 중국 점유율 0.6%, 월 9,000대
| 항목 | 수치 | 기준·비고 |
|---|---|---|
| 현대·기아 9월 중국 소매 판매 | 약 9,000대 | 현대 약 4,000대(전년 대비 47% 감소), 기아 약 5,000대(31% 감소), 합산 39% 감소 |
| 현대·기아 9월 중국 점유율 | 0.6% | 연초 1% 이상에서 하락, 2010년대 중반 10% 이상과 비교 |
| 현대·기아 1~9월 중국 누적 | 11만5,000대 |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 누적 점유율도 0.6% |
| 중국 승용차 시장 9월 | 161만8,000대 | 전년 동월 대비 28% 감소, 현지 브랜드 점유율 69.8% |
| 중국 BYD 9월 판매 | 24만7,000대 | 전년 대비 24% 감소에도 점유율 15.1% |
| 중국 신에너지차 9월 | 108만4,000대 | 전년 대비 17% 감소, 전체 시장의 67% |
현대·기아의 합산 월 판매는 1월 1만8,000대에서 6월 1만5,000대, 8월 1만 대, 9월 9,000대로 줄었고,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올해 처음 월 1만 대 선이 무너진 것이다. 중국 전략형 모델도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 V는 8월 사전예약 558대 이후 9월 실제 인도 28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중국에 신차 20종을 투입하고 전동화 차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한국과 중국을 같은 잣대로 읽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한국에서 “중국산”과 “중국 브랜드”는 다른 집계다. 국내 전기 승용차 신규 등록 25만8,284대 중 중국산은 11만2,417대(43.5%)로 집계되는데, 여기에는 상하이에서 생산돼 들어오는 테슬라 모델Y·모델3도 포함된다. 반면 중국 브랜드 등록 점유율 7.22%는 BYD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 기준이며, 같은 기간 일본 브랜드 점유율 7.21%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중국산 비중이 높다고 해서 그 전부가 중국 브랜드 판매량은 아니다.
5. 테슬라 차주와 구매자가 볼 포인트… 구매 전 체크리스트
테슬라 관점에서 보면, BYD의 부상은 직접적인 가격 경쟁자라기보다 시장 구조의 변화다. 1~9월 수입차 10대 중 4대가 테슬라와 BYD였고, 테슬라가 8만9,148대로 여전히 1위다. 다만 BYD가 보조금 없이 2만 대를 팔았다는 사실은, 앞으로 국산·수입을 막론하고 가격대별 전기차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뜻이다. 모델Y 연간 판매 1위 경쟁(10월 28일 자 글)이 이어지는 가운데, 4분기 변수는 10월 등록 추이와 연말 보조금·세제 시한이다.
- 보조금 여부를 견적서에서 확인할 것. BYD 순수전기차는 7월부터 국고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체 지원이 얼마인지, 출고 조건이 있는지 견적서 항목으로 확인한다.
- 서비스망을 거주지 기준으로 확인할 것. 보도에 따르면 BYD의 전국 서비스센터는 10월 기준 21곳, 연말까지 26곳 목표다. 가까운 센터 위치와 예약 대기 시간을 먼저 본다.
- PHEV와 순수 전기차를 용도대로 나눌 것. 씨라이언6 DM-i는 EV 모드 70km라 출퇴근은 전기로, 장거리는 엔진으로 가는 용도에 맞는다. 매일 충전이 어렵다면 순수 전기차보다 PHEV가 현실적일 수 있다.
- 누적과 단월을 구분해 볼 것. 578.7%는 누적 증가율이고, 9월 단월은 전월보다 줄었다. 11월 초 KAIDA 10월 발표에서 둔화가 이어지는지 확인한 뒤 판단한다.
- 다음 주자를 함께 볼 것. EBN 보도에 따르면 지리 계열 지커가 이달 중형 전기 SUV 7X를 국내에 선보였고, 샤오펑·체리도 진출을 이어가고 있다. BYD 다음 타자가 가격대를 더 낮추면, 국산 전기차의 가격 정책도 다시 움직일 수 있다.
한국에서 BYD가 2만 대를 넘긴 날, 중국에서 현대·기아는 0.6%를 기록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결론은 하나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이제 국적이나 브랜드 충성도가 아니라, 가격과 충전·서비스망 같은 실용 조건으로 갈리고 있다. 4분기 관전 포인트는 10월 등록 수치와 연말 보조금·세제 시한이 이 구도를 얼마나 더 흔드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