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모터쇼 전시장 인근 3.2km 구간을 달리던 테슬라 모델Y가 교차로에서 적색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에 진입했다. 운전석의 감독관이 즉시 브레이크를 밟았다. 동승한 미국 언론인 2명은 “위험했다”고 말했다(뉴시스, 10/13). 바로 그날, 전시장 안에서는 테슬라의 목적형 로보택시 사이버캡이 유럽 최초로 일반에 공개됐다. 10월 12일 개막한 2026 파리 모터쇼(몽디알 드 로토, 10월 18일까지)에서 테슬라가 보여준 두 장면을 숫자로 정리했다.
1. 사이버캡 유럽 첫 공개 — 오스틴 실운행차가 파리에 왔다
파리모터쇼 디렉터 세르주 가쇼가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10/6)에서 처음 알린 소식이다. 파리에 전시된 사이버캡은 쇼용으로 만든 콘셉트카나 프로토타입이 아니다. 모터쇼 주최 측에 따르면 미국 오스틴에서 실제로 운행 중인 로보택시 함대 소속 차량이다. 테슬라는 지난 9월 사이버캡을 오스틴 로보택시 함대에 공식 편입했고, 일반 승객이 조향장치와 페달이 없는 2인승 차량에 직접 탈 수 있게 했다. 대서양을 건너 파리에 온 건 바로 그 실전 차량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파리 관람객은 사이버캡에 직접 탑승할 수 없다. 전시는 허용되지만 시승은 안 된다. 대신 테슬라는 차량 6대를 FSD 시승차로 내보내 모터쇼 기간 내내 무료 시승을 제공한다.
테슬라 부스는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 홀 7.1의 스탠드 C25다. 사이버캡 외에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Gen 2, 모델3와 모델Y, 테슬라 에너지 제품, 슈퍼차저 실물이 함께 전시된다. 전기차를 넘어 AI·로보틱스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구성이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사이버캡을 묻는 독일 차주에게 X에서 “Hopefully soon in Europe too”(유럽에서도 곧)라고 답했다. 다만 테슬라는 아직 프랑스나 유럽 다른 지역에서 사이버캡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는 없다. 전시는 전시, 서비스 출시는 별개라는 선을 그어 둔 셈이다.
2. FSD 시승 3.2km 현장 기록 — 잘한 것도, 놓친 것도 있었다
뉴시스 파리 공동취재단이 12일 직접 동승한 시승 기록이다. 전시장 주변 왕복 3.2km 구간, 약 15분. 주차장을 빠져나온 뒤 운전석의 감독관이 중앙 디스플레이를 조작해 FSD를 켜자 차량은 우회전 방향지시등을 켜며 자율주행에 돌입했다.
| 상황 | FSD의 반응 |
|---|---|
| 차로에 진입하는 구급차 | 길을 내줌 |
| 연속 과속방지턱 구간 | 시속 10km대로 감속, 자연스러운 주행 |
| 일방통행 내리막길→본차로 합류 좌회전 교차로 | 적색신호를 위반하고 횡단보도에 진입 → 감독관이 브레이크를 밟아 정차 |
| 초등학교 인근 인도 볼라드 주변 어린이 | 인식 후 완전 정차 (서행 통과 대신 멈춤 선택) |
테슬라는 FSD를 인간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며 개입해야 하는 감독형 시스템으로 규정한다. 이번 적색신호 위반 때 감독관이 즉시 브레이크를 밟은 건, 바로 그 감독의 역할이 작동한 사례다.
현장 평가는 엇갈리지 않았다. 국토 면적이 넓고 직진 도로가 많은 미국과 달리 유럽 도로는 폭이 좁아 한국 환경과 비슷하다. 현지 데이터 확보를 통해 주행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관심은 뜨겁다. 현장 관계자는 “테슬라 시승 예약이 꽉 찼고, 옆에서 시승 행사를 연 중국 샤오펑의 예약도 일찍 마감됐다”고 전했다.
3. 유럽 FSD 승인 레이스 — 8개국 돌파, 12월 표결이 분수령
파리모터쇼 등장의 규제적 배경도 있다. 테슬라에 따르면 유럽 운전자들의 FSD(Supervised) 누적 주행 거리는 1억km를 넘었다. 유럽에서는 FSD 승인이 국가별로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최근 크로아티아가 8번째 승인국이 됐다. 9월에만 3개국이 뚫렸다.
EU 차원의 일괄 승인 투표는 당초 10월 6일 표결이 기대됐으나 12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독일이 12월 투표 일정을 확인했고, EU 전체가 일괄 승인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파리모터쇼의 FSD 시승은 유럽 운전자들에게 FSD를 직접 알리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명칭도 바뀌었다. 테슬라는 10월 8일(현지) 유럽·영국 공식 웹사이트에서 FSD(Supervised)의 고객용 명칭을 ‘Tesla Assisted Driving’으로 변경했다. 독일 연방교통부가 FSD라는 이름이 완전한 자율주행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합의의 결과다. 자세한 배경은 10월 10일 발행 글에서 다뤘다.
4. 한국 차주에게의 의미 — 국내 테슬라 77.6%는 아직 FSD를 못 쓴다
10월 8일 국정감사에서 나온 숫자를 다시 보자.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실 질의에 따르면 국내 등록 테슬라 23만8,968대 중 18만5,491대(77.6%)가 FSD를 이용할 수 없다. 대부분 중국산 모델3·Y다. 미국산은 한미 FTA 상호인정으로 규제 예외를 적용받아 FSD가 가능하지만, 중국산은 국내 기준 충족이 필요하다. 어제 발행한 중고차 글에서 다룬 “연식보다 생산지가 가격을 가른다”는 구도가 여기서도 이어진다.
서영득 테슬라코리아 대표는 국감에서 국토부에 FSD 안전성 검증을 공식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제도가 마련되면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중국산 FSD 허용에 대해 국토부는 “테슬라코리아와 별도로 협의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블로터, 10/6). “현재 불가, 승인 절차 미구체화” 수준으로 이해해야지 “영원히 불가”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유럽 도로가 한국과 비슷하다는 파리 현장의 평가는 한국 차주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유럽에서 쌓이는 주행 데이터와 12월 표결 결과는, 국내 승인 논의가 본격화될 때의 간접 변수가 된다.
5. 남은 일정
파리 모터쇼는 10월 18일 폐막한다. 그때까지 테슬라 부스(홀 7.1, C25)에서는 사이버캡 전시와 6대 차량의 FSD 무료 시승이 이어진다. 다음 분수령은 12월 EU 전체 승인 표결이다. 사이버캡의 유럽 서비스 출시는 아직 발표된 계획이 없다.
파리에서 테슬라는 로보택시의 미래를 보여주면서도, 그 미래가 아직 감독관의 브레이크를 필요로 한다는 현실도 함께 보여줬다. 한국 차주에게는 유럽 12월 표결과 국내 승인 절차가 다음 체크포인트다.
참고: 뉴시스(파이낸셜뉴스 전재) 2026-10-13 파리 현장 보도, 테슬릭 코리아 2026-10-08 사이버캡 전시·부스 보도, Drive Tesla Canada 2026-10-07 파리모터쇼 보도, 블룸버그 2026-10-06 파리모터쇼 디렉터 인터뷰(테슬릭 코리아 인용)